많은 미니멀리즘 관련 서적에서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식 또한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의견에 동의한다. 나 역시 지식을 소유의 대상으로 보고, 끊임없이 욕망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편집 디자인을 전공하며 책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만들어내는, 책이란 매체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시간을 지나왔다. 그런 나에게 책이란 성공을 위한 도구이자, 열정을 증명하는 시각적 증표이기도 했다. 한때는 멋지고 훌륭한 디자인 서적들을 많이 소유하고 들여다본다면, 언젠가 '그런 멋진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실패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의 노력 부족 때문인지, 적성의 문제인지, 혹은 애초에 나에게 제공되지 않은 기회 때문인지는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삶은 흘러갔고 나는 지금 편집 디자인이 아닌 웹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과거에 욕망하던 삶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나는 현재를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다.
움켜쥐고 있던 전공 서적과 디자인 서적들을 과감히 비운 후에도 내 삶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우기까지 고민하고 망설이던 순간들만 남았을 뿐, 결과적으로 책장을 비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비운 후에야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다.
책장을 비우기로 결심한 후, 나는 철저히 4단계의 과정을 거쳐 책들을 정리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정립한 현실적인 책 정리 방법을 공유한다.
1단계: 중고서점(알라딘, YES24) 활용하기
가장 먼저 한 일은 상태가 좋고 가치가 남은 책들을 선별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집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책을 판매하기 좋았다. 현재는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중고 서적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데, 요즘도 가끔은 다 읽은 책들을 중고매입으로 정리하곤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 전용 앱을 켜고 책 뒷면의 ISBN 번호를 입력하여 매입 가능 여부와 예상 매입가를 즉시 확인한 후 판매하면 된다.
다만, 현재 알라딘이나 YES24 중고샵은 매입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진 편이다. 조금만 연식이 오래되면 '매입 불가'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주로 출간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최신 서적 위주로 거래가 가능한데, 연식이 살짝 있는 책은 상태가 '최상'이더라도 1,000원에서 2,000원 선의 낮은 금액에 매입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책들이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것보다는 매입이 가능할 때 빠르게 판매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2단계: 주변 지인 및 지역 커뮤니티 나눔
중고서점 매입이 거절되었으나 상태가 너무 깨끗해 버리기 아까운 책들은 주변 인맥을 활용했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주변인들에게 책 목록을 공유하고 필요한 도서가 있는지 의사를 물었다. 원하는 책이 있다면 기분 좋게 선물로 전달했다.
주변에서 임자를 찾지 못한 경우라면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당근마켓이나 지역 맘카페에 '도서 무료 나눔'으로 글을 올리면, 의외로 해당 책을 꼭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빠르게 연락을 주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3단계: 공공도서관 및 기관 기증
개인적인 나눔 단계를 거치고도 남은 양질의 도서들은 공공도서관 기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모든 도서관이 상시로 책을 기부받는 것은 아니므로, 방문 전 해당 도서관에 미리 전화를 걸어 도서 기증이 가능한 기간인지, 기증 제한 품목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조건이 맞는 지역 도서관을 찾아 기증 절차를 밟으면 내 책이 공공의 자산으로 재탄생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4단계: 고물상 배출 또는 분리수거 폐기
위의 3단계를 모두 거쳤음에도 최종적으로 남은 책들은 출판된 지 너무 오래되어 정보의 가치가 떨어졌거나, 개정판이 나와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들은 과감히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나는 남은 책들을 노끈으로 꽁꽁 묶어 한 포대 정도의 분량으로 고물상에 가져가 팔았다. 무게를 달아 정산받는 구조인데, 몇 천 원 정도의 적은 금액을 얻을 수 있다. 들어가는 노동력에 비해 손에 쥐어지는 금액이 적어 다소 허탈할 수 있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얻길 원한다면 고려해볼만한 방법인 듯 싶다.
최근에는 아파트 분리수거 날에 맞춰 종이류로 깔끔하게 배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스프링 제본된 책의 플라스틱이나 철사, 혹은 양장본 책의 딱딱한 겉표지는 일반 종이와 분리하여 배출해야 올바른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분리수거 폐기가 책을 정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독서를 깊이 즐기고,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 그 자체를 사랑한다. 수많은 책이 정돈되어 있는 도서관 공간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며, 약간의 편독 성향이 있긴 하지만 누군가가 진심으로 추천해 준 책을 새로 읽어 내려가는 재미도 즐긴다.
하지만 책장에 책을 쌓아두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읽는 행위의 경험을 남기는 것이 내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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