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28도를 오르내리는 완연한 여름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 마음부터 바빠지곤 했다. 공간박스나 압축팩에 넣어두었던 계절 지난 옷들을 관리해야 해서다. 깊숙이 들어있던 옷들은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났고, 그 냄새를 빼기 위해선 모든 옷을 다시 세탁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여름 옷을 꺼내고 겨울 옷을 다시 수납하는 것도 일이었다. 두꺼운 옷들을 모두 세탁하고 다시 압축팩에 넣어야 했다. 이 모든 작업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할때마다 집안일의 총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당시에는 건조기도 없던 시절이라,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를 접을 날이 없을 정도로 고된 나날이었다.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많은 옷을 비워내고, 딱 필요한 만큼의 옷만 소유하게 된 지금은 계절이 바뀌어도 옷 정리가 전혀 두렵지 않다. 그저 세탁을 마친 옷들을 단정하게 접어 수납장 안쪽으로 들여보내고, 얇은 반팔 옷들은 손이 잘 닿는 위쪽으로 올려 빛을 보게 해주면 그만이다.
소유하는 옷의 절대적인 양을 줄이면 계절이 바뀌어도 두렵지 않다. 교체 시기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스트레스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1. 아이옷 수납 정리 - 비움 (계절 옷 비우기 방법)
아이 옷 정리는 어른 옷보다 훨씬 수월하다. 아이 옷은 한 계절만 지나도 사이즈가 작아져 못 입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옷을 비워내고 정리하기 좋다.
먼저, 오염이 없고 상태가 괜찮은 옷들은 주변의 어린 아기들에게 물려주어 한 번 더 역할을 부여해준다. 그 다음, 어느 정도 사용감이 있는 옷들은 의류 수거함으로 보낸다. 마지막으로 구멍이 나거나 변색되어 회생이 불가능한 옷들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집안 청소용 걸레로 재활용한 뒤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옷의 쓰임도 오롯이 다하면서도, 집에 옷이 쌓여있지 않고 정리하기가 쉽다.
2. 정리 후 - 아이옷 수납 정리·정돈
옷을 비워낸 후에 남은 옷들은 아래의 세가지 규칙에 따라 수납장 안에 정리해둔다.
1)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서랍장 수납 규칙
아이 옷을 수납할 때는 아이의 연령과 눈높이를 고려한 공간 배치가 중요하다. 우리 집은 3단 서랍장의 제일 위 칸을 아이 옷 전용 공간으로 활용했는데, 4살 아이가 스스로 서랍을 열고 원하는 옷을 직접 꺼내 입기에 딱 적당한 높이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지금 계절에 바로 입을 여름 옷'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서랍 한 칸은 크게 두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수납 효율을 높였다. 좌측 공간에는 현재 계절에 입는 반팔과 반바지를 정리하고, 우측 공간에는 양말, 속옷 등 조그만 의류 잡화들을 수납했다.
4살 아이에게 "입고 싶은 옷 가져와 볼래?"라고 물었을때, 직접 서랍을 열어 옷을 고르기도 했다.
가끔 한여름에 두꺼운 겨울 캐릭터 양말을 고집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존중하려 노력했다. 결정에 관한 사소한 대화와 시도가 쌓여 아이의 자립심과 행동 반경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가구의 배치를 아이의 시선에 맞추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자립 교육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다이소 칸막이 수납함을 활용한 소품 그룹핑 (막간 수납 TIP)
부피가 작아 서랍 안에서 쉽게 흐트러지는 아이의 양말, 속옷, 마스크 등은 다이소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칸막이 수납함을 활용해 정리했다. 칸막이 수납함은 서랍 내부의 공간 분리에 탁월한 가성비 아이템이다.
각 칸에 맞춰 양말의 종류(캐릭터, 줄무늬, 무지 등)대로 그룹핑하여 꽂아두면 한눈에 종류를 파악 할 수 있다. 비교적 손이 잘 닿지 않는 서랍의 제일 안쪽 공간에는 당장 쓰지 않는 겨울 장갑을 넣어 공간의 낭비를 막았다.
앞쪽에는 매일 갈아입는 팬티와 면 마스크, 그리고 필터를 배치했다. 아이의 손에도, 엄마인 나의 손에도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닿을 수 있는 동선이다. 반복적인 행동에서 오는 편안함은 정돈된 시스템에서 나온다.
사소한 옷 정리일지라도 가족들이 무의시적으로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미니멀 수납의 핵심이다. 공간의 구역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으면, 바쁜 아침 출근 시간이나 정신없는 외출 전 준비 시간에도 혼잡도를 줄이고 편안하게 준비를 마칠 수 있다.
3) 힘없는 여름 옷 수납과 간절기 옷 돌돌 말기 노하우 (옷 정리 TIP)
여름 의류는 나시, 칠부, 반팔, 반바지 등 종류별로 구분한 뒤 손이 자주 가는 순서대로 서랍 앞쪽에 정리했다. 비가 오거나 에어컨 바람 때문에 일교차가 생기는 날을 대비해, 얇은 긴팔이나 7부 옷을 함께 정리해 두는 편이었다.
여름 옷은 얇은 면 등 소재로, 원단 자체에 힘이 없어서 미니멀 라이프에서 흔히 쓰는 '세로 수납(세워서 꽂는 방식)'을 적용해 정돈하면 서랍을 열고 닫을 때마다 힘없이 쓰러졌다. 바구니나 복잡한 칸막이를 추가로 구매하기보다, 차라리 '위로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 훨씬 간결하고 편리하다. 간소한 삶을 지향하는 관점에서는 수납을 위한 수납 도구를 과도하게 늘리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하게 맞춰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간절기에 입었던 맨투맨, 얇은 긴팔 내복 세트 등은 '돌돌 말아 정리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옷을 세로로 반 접어 소매를 몸통 쪽으로 포갠 뒤, 아랫단부터 김밥을 말듯 돌돌 밀어주면 끝난다.
이렇게 돌돌 말아 서랍에 세워 수납하면 부피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어떤 옷이 어디에 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매우 쉽다. 이 방식으로 수납장을 정리해 둔 이후로는 남편에게 "아이 옷 좀 꺼내다 줘"라고 요청했을 때, 남편 역시 헤매지 않고 원하는 옷을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온다. 집안의 정리 시스템이 단순해지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사를 분담하기 수월해진다.
구구절절 장황하게 적었지만 사실 거창한 정리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옷의 절대적인 양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한 계절이 끝날 때마다 옷들의 위치를 가볍게 순환시켜 주는 것이 방법의 전부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여름 맞이 옷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작아진 옷들부터 추려내는 것으로 정리를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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