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2개밖에 되지 않는 좁은 구축 아파트에서 어린아이와 함께 살다 보면, 부부 각자의 취미 공간을 온전히 꾸릴 만한 여유 면적이 턱없이 부족해요. 이전에는 거실 겸 큰 방의 한쪽 벽면에 책상을 두고 나만의 작은 미싱(소잉) 공간을 꾸려 사용했었으나, 아이의 안전과 직결된 응급사고를 한 차례 겪은 이후 거실의 미싱 공간을 전면 정리하기로 결심했었답니다.
저는 취미로 가족들의 옷을 만들기도 하지만, 생계형 봉틀러이기도 해요. 그래서 취미 생활을 아예 접을 수도 없고, 사실 유일한 취미였기에 아예 모두 정리해버리고 싶진 않았어요.
고민 끝에 고정 책상을 치우고 미싱 기계들을 수납장 안에 완전히 넣어둔 뒤, 필요할 때만 임시로 꺼내어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마침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작업 빈도수가 줄어들었던 터라, 수납장 보관 방식이 먼지도 쌓이지 않고 인테리어 면에서도 훨씬 깔끔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던 작은 집 취미 공간 정리 방법을 소개합니다. (미싱, 원단장 정리 방법)
1. 미싱 및 취미 가전 수납장 일체형 정리
재봉틀과 오버록 미싱 기계는 거실 수납장 내부 한 칸을 통째로 비워 배치했어요. 기왕 정리를 시작한 김에, 기존 책상 밑에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던 프린터기와 다리미, 그리고 남편의 소중한 취미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플스) 게임기까지 모두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아 수납했었죠. 사전 계획 없이 진행한 정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맞춤 가구처럼 취미용 전자기기들이 수납장 한 칸에 쏙 들어맞았을 때의 흡족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작업 공간을 컴팩트하게 압축하면서 오버록 미싱기 옆으로 약간의 자투리 공간이 남았어요. 그 공간에는 평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다이마루(미니쭈리) 원단 몇 가지를 세워 정리해 두었었죠. 조만간 예쁜 아이 옷으로 탄생하길 기다리는 원단들이었으나, '얼른 재단해서 완성해 줘야지' 하는 마음과 달리 주말마다 일과 육아로 바빠져 원단산이 깎이는 속도는 늘 더디기만 했어요.
2. 빈도수와 계절에 따른 3원칙 원단 정리법
부피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원단은 크게 세 곳의 공간으로 나누어 정리했고, 철저히 사용 빈도수와 계절감에 따라 분류했습니다.
옷장 상단 칸 (오프시즌 겨울 원단)
기모나 두꺼운 쭈리 등 부피가 큰 겨울용 원단들은 깨끗한 비닐봉지에 밀봉하여 안방 옷장 제일 위 칸에 깊숙이 보관했었어요. 부피가 상당하다 보니 원단의 가짓수가 많지 않음에도 순식간에 옷장 한 칸이 가득 차곤 했죠.주방 구석 공간박스 (간절기 및 대기 원단)
공간박스 2개를 활용해 겨울용 쭈리 원단 일부와 초여름용 원단들을 정리했었어요. 베란다 창고에 넣으면 장마철 습기 때문에 원단 조직이 상할 우려가 있어 주방 구석의 데드 스페이스에 배치해 두었었는데, 동선에 방해되지 않아 한동안 그 자리를 유지했었답니다. 당시 저의 목표는 이 공간박스에 든 대기 원단들을 빠르게 소진하여 메인 원단장의 규모로만 살림을 유지하는 것이었어요.오픈 선반장 (인시즌 데일리 원단)
지금 당장 재단해서 쓸 수 있는 직기류(셔츠, 원피스용 면 원단)와 다이마루 원단들은 거실 선반장에 수납했어요. 문짝이 없는 일반 책장 형태의 오픈 선반이었는데, 일반 책장보다 깊이가 깊어 책을 꽂을 때는 불편했지만 원단을 크게 접어 넣기에는 활용도 면에서 적절했어요.
형광등 불빛에 원단 표면이 바래는 황변 현상을 막기 위해 전면에 광목 원단으로 가벼운 가림천을 제작해 덮어두기도 했답니다.
💡 원단 구매의 시행착오 팁 (시보리)
미싱 입문 초기에는 옷의 시보리(시보리 립감) 단 처리를 본 원단과 완벽하게 깔맞춤하고 싶은 욕심에 다채로운 컬러의 시보리를 대량 구매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염색 탕 차이 때문에 톤이 미세하게 달라 안 맞는 경우가 허다했죠.
어차피 완벽한 깔맞춤이 불가능하다면, 시보리는 블랙, 화이트, 그레이 같은 무채색 계열만 기본으로 구비해 두고 범용으로 쓰는 것이 미니멀 소잉의 정석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후 유색 시보리들은 추가로 들이지 않고 전량 소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3. 5단 수납장을 활용한 부자재 및 패턴 관리
바늘, 실, 단추, 지퍼 등 소소한 소잉 부자재들은 서랍장 한 칸을 지정해 모아두었어요. 특히 호기심 많은 아이의 손이 절대 닿지 않도록 안전을 위해 5단 서랍장의 가장 위쪽 칸을 할당했죠.
내부에 작은 바구니들을 배치해 섹션을 나누어 정리했으나, 냉정히 돌아보면 매번 쓰는 기본 실과 바늘 외에는 손이 안 가는 맥시멀한 상태였습니다. 초보 시절 멋모르고 장비빨을 세우며 사둔 부자재가 많았기에, 수시로 과감한 다이어트 정리가 필요한 구역이었어요.
의류 제작의 뼈대가 되는 종이 패턴(도안)의 경우, 원본 패턴은 크기별로 대봉투에 깔끔하게 모아 수납했고, 원본에서 아이 사이즈에 맞춰 부직포에 옮겨 그린 패턴들은 사각형으로 얇게 접어 투명 클리어 파일에 카테고리별로 정리했습니다.
패턴 파일은 [여성복 / 남성복 / 유아복]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으며, 아이의 성장에 따라 사이즈가 작아져 더 이상 만들 일이 없는 유아 패턴들은 수시로 솎아내어 비워주었답니다.
4. 미니멀 라이프와 맥시멀 취미의 공존에 대하여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모든 물건을 처분하고 텅 빈 방에서 무소유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고 가치를 느끼는 취미라면, 삶이 무거워 지지 않는 선에서는 풍요롭게 즐기는 것이 인생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 믿습니다.
그 소중한 즐거움과 창작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내 삶에서 불필요한 다른 잡동사니들을 걷어내고 '취미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의 본질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이 소중한 미싱 취미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쉽게 싫증을 내는 제가 몇 년간 질리지 않고 유일하게 지속해 온 취미였고, 손으로 무언가를 빚어내는 생산적 활동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고른 원단으로 밤새 만든 옷을 아이에게 입힐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지요. 초기 기계 비용을 제외하면 매달 지출되는 아이의 의류비 수십만 원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경제적 뿌듯함도 쏠쏠했답니다.
다만,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방 전체가 원단으로 가득 차는 맥시멀리즘의 늪에 빠지기 쉬운 분야인 것은 확실해요. 경각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늘 필요하죠.
당시 제가 소유했던 원단 역시 제 기준에서는 다소 과한 상태였는데, 지금 와서 냉정히 정리해가며 써보니 전업주부 시절 역할에서 오는 은근한 공허함과 가계 절약에 대한 무의식적 스트레스를 '원단 쇼핑'이라는 보상 심리로 풀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원단을 추가로 사지 않게 되었고, 신상 원단 구경을 해도 소유욕이나 충동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되었답니다.
저는 간소한 삶을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맥시멀해 보이는 바느질 취미를 즐기는 모순적인 사람이었지만, 제가 가진 것 안에서 충분히 만족하고 누릴 줄 아는 단단함을 배웠어요. 삶의 공간이 어떠하든, 내 영혼을 채워주는 소중한 '진짜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인생은 충분히 미니멀하고 풍요로울 거에요.




댓글
댓글 쓰기